쉽게 말하거나 어렵게 말하거나 모두 진실이었으므로 똑같이 나의 고백은 아름답다
by yoonm
[인터뷰] “나는 단순무식 상식맨이다”
“나는 단순무식 상식맨이다”
[특집-신년인터뷰③] 미술계의 돈키호테 류병학
2008-01-10 오후 4:53:15        
[이메일보내기 태윤미 기자
전시 기획자로, 미술언론 속 논객으로, 잡지 편집주간으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병학을 만났다.
▲ 전시 기획자로, 미술언론 속 논객으로, 잡지 편집주간으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병학을 만났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컬처뉴스>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와의 대담을 필두로 특집기획 ‘2008년 신년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올해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거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예술인들을 모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1. "현장에 답이 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 "한국의 키워드는 ‘정’이다"- 르 클레지오 소설가
3. “나는 단순무식 상식맨이다”- 류병학

전시 기획자로, 미술 언론 속 논객으로 이름나 있는 류병학이 이번엔 잡지를 만들었다. 20대에 훌쩍 독일행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정착했던 그는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학평론가로, 그 다음은 전시 기획자로, 이제는 잡지의 편집주간으로 말이다. 그렇게 어느날 문득 홀연히 한국에 이름을 내기 시작한 그를 만나기 위해 전망 좋은 그의 자택을 찾았다.  

컬처뉴스 독자들에게 새해인사 부탁한다.

정말 반갑다.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미술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색깔이 강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내가 단순무식해서가 아닐까.(웃음) 나는 상식적인 선에서만 움직인다. 현 시대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단순무식하게 상식을 이야기하는 내가 돈키호테로 불리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옷 색깔도, 머리 스타일도, 표정도 색깔이 강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것 역시 단순무식하게 생각하는 바대로 상식적인 선에서 움직여서일 것이다. 그야말로 나는 단순무식 상식맨이다. 

2007년 어떤 전시들을 기획했나?

지난해 처음 진행한 전시가 《불량아트》전이다. 불량하겠다라는 의미를 띄운 것이다.(웃음) 그리고 대전, 대구, 광주, 마산 등 경남 일대에서 전시(오픈스튜디오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를 진행하면서 올해 한 스무 개 정도의 전시를 했다. 올해 컨셉은 ‘사방팔방에서 전시를 막한다’이다. 지방 전시는 총 천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했다. 우후죽순이더라도 정말 많은 작가들과 정말 많은 전시를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양적으로 늘이자는 의미인데, 그나물에 그 밥으로는 미술시장이 확대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새로운 인물을 발굴했다기 보다는 내가 내 식으로 지역의 작가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2002년부터 지역 미술을 이야기하면서 실천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생산적이지도 못하다.

미술계의 고질적 병폐를 논쟁의 장으로 끌어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말하기, 글쓰기에 있어서 독설가로도 유명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나쁘다, 라고 부정하고 비판만 하는 것은 자기 반성 없는 껍데기 같은 말이다. 가령 미술시장에 대해 이야기 할때 미술시장의 팽창만을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문제라는 것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흥분시켜 놓는다. 그런 방식의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으로 갈 수 있는지를 더 뛰어다니면서 이야기 해야 한다. 그러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는 말이다. 비판만 하게 되면 서로 피하려고만 하고, 싸움만 될 뿐 진정한 반성의 계기를 만들 수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결국은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면서 시간만 보내게 된다. 그럼 언제 세계 미술시장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나는 모든 문제를 큰 틀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지면 혹은 웹 상에 글을 쓰면서 40개가 넘는 필명을 쓰고 있다.

누나, 형, 지금까지 만나 온 애인들의 이름 등 각 텍스트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름들을 필명으로 사용했다. 지금 그 필명들을 다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할일이 너무 많아서 과거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웃음)

작가, 전시기획자에 이어서 이제는 미술격주간지 <아트레이드>까지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독일로 떠나 작업을 하다 1990년도에 빈 미술관에서 국제전에 초대를 받았다. 그 때 잘나갔던 작가 30여 명과 함께 전시를 했다. 동양인은 나 하나였다. 전시 오픈날 미술관에 갔더니 한 백여 명이 내 싸인을 받기 위해 줄서 있었다. 그렇게 싸인을 하면서 ‘나는 이제 미술작업은 그만한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다음은 내 작품을 파는 게 수순이었으니까. 그러면 무슨 재미로 작업을 하겠나.

그래서 그날로 미술작업을 그만두고 문예지 공모에 글을 냈다. 그래서 1991년 계간지 『외국문학』에 내 글이 당선되서 문학평론가로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4년동안 문학, 사회과학, 철학, 물리, 수학 쪽으로 글을 썼다. 내가 처음 쓴 『이우환의 입장들들』을 보면 내가 당시에 생각했던 엑기스들이 다 들어있다. 대중들은 미술에 있어서 문외한일 수는 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다른 전문 분야로 미술을 읽으면 미술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도 미술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4년동안 나름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나만의 미술이론을 만들었다. 

대중들은 미술에 있어서 문외한일 수는 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다른 전문 분야로 미술을 읽으면, 미술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미술의 대중
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이론을 펼치고 싶은데 그런 전시가 없더라. 그래서 그때부터는 내 이론을 실천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한 것이다. 그게 리빙 퍼니처, 퍼블릭 퍼니처 등의 전시다. 많은 전시를 기획하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한 것이 2006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스폰서를 찾는 일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등의 국제전은 자체돈으로 전시를 진행하지 않는다. 외부 기획자를 고용할 때에도 그러한 스폰 능력을 따진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미술론만 이야기하면서 외부 기획자를 데려오려고 한다. 대규모 국제전에 있어서는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상업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그 국제전은 단발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트레이드>는 어떤 잡지인가?

아트와 트레이드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제호 그대로 우리 잡지는 ‘아트’와 ‘시장’을 다루는 매체다. <아트레이드>는 작품과 감상자를 연결하는 매개(유통)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이슈’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의 입장에도 서 있다. <아트레이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종의 ‘미술경제지’인 셈이다.

<아트레이드>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달라.

창간호는 만권정도 찍었다. 우리는 단순무식하니까. 표지가 덜 섹시하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웃음) 이번 잡지를 만들면서는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월간지가 아닌 격주간지를 만들었고, 잡지 역시 서점 뿐 아니라 가판대에도 깔았다. 내용 또한 내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남이 알지 못했던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광고도 받지 않는다. 왜? 할말은 하고 싶으니까.

<아트레이드> 준비호에 최경태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늘 논란이 되어 왔던 작가다.

미술의 운명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내가 최경태 작가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바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화두를 찾았다는 점이다. 단지 노골적으로 여성의 성기를 그렸다고, 보기에 껄끄럽다고 그의 작품세계와 작가만의 철학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최경태 작가는 본래 민중미술을 하던 작가다. 하지만 시대가 바꿔었고 당연히 작가의 화두도 변해야 했을 것이다. 시대의 화두를 찾아 그 안에 자기만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어내려고 한다.

(인터뷰 공통질문) 2008년을 여는 시점에서 올해 기대되는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비자’다. 미술의 운명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분야는 이미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간지 오래다. 최근 미술판도 마찬가지다. 바로 경매가 그것인데, 기존에 화랑과 작가가 협의 하에 산정했던 기존 작품가격은 이제 경매를 통해 소비자가 결정하게 되었고, 작품경향도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올해 미술시장 트렌드는 한국화를 재구성하는 작가군과 냉소적 사실주의 작가군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계획은?

잡지를 아주 잘 만들겠다. (웃음)

by yoonm | 2008/01/10 17:30 | article, Culturenews | 트랙백 |
트랙백 주소 : http://yoonm.egloos.com/tb/131854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이전 블로그
이글루 링크
태그

skin by jesse